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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관리자조회
170등록일
10-30
백석(白石) 과의 인연, 그리고 행복주는 작품들......
백석(白石) 과의 인연, 그리고 행복주는 작품들......
13년 전, 여주 신륵사 앞 도자기 축제장에는 수많은 전시부스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전통과 현대적 분위기가 함께 담긴 참신한 도예작품은 우리 내외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이것이 백석(白石) 박재국 작가와 인연의 시작입니다. 그날 이후 13년 동안 저는 충전이 필요할 때마다 그의 작업장과 전시장을 오가며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제 생활의 유일한 여백이고 수양이었습니다. 일상에 몰두하다가 다시 그를 만나면 그와 그의 작품은 늘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 있었습니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세월동안 제가 지켜본 백석은 흙과 같은 사람입니다. 흙의 본성은 ‘정직하면서 생명을 품고 있다’는 것입니다. 충북 보은 속리산 기슭에서 성장하면서 풍부한 감성과 진솔한 삶의 방법을 체득하였고 고향의 이름을 딴 아호 백석(白石)처럼 흰 돌과 같이 순수하고 심성이 올곧은 사람입니다. 백석의 작업장인 ‘흙내가마’에서는 흙 내음을 연상시키는 작가의 이미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습니다. 백석은 “작업하는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을 늘 되새기며 작품 활동에 매진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다는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느새 자기의 도예세계를 실현시켜 가는 큰 길목 한 가운데 서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출품작들 역시 백석의 새로운 시도의 결과물입니다. 백석은 20년간 작품 활동을 하면서 뭉크, 고흐, 피카소의 위대한 열정과 감성에 공감하였습니다. 이들 거장들로부터 작가로서의 강렬한 일체감을 느낀듯 하였고 특히 이 작품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뭉크, 고흐, 피카소의 작품들을 단층 투각기법으로 도판에 재현하면서 그 여백에 백석 자신의 기법을 만들어 배열함으로써 새로운 느낌의 이미지를 표현하였습니다. 즉 뭉크의 절규, 고흐의 자화상 등의 작품에서 조망되는 절망, 비애, 번민을 그대로 담되, 그와 유사한 화법으로 맑은 눈빛의 물고기와 꽃을 함께 배치하여 전체적으로는 백석의 긍극적 화두인 ‘행복 이야기로의 초대’라는 전혀 상반되는 느낌의 따뜻함을 작품 속에 선보인 것입니다.
또한 잘라버린 귀를 싸매고 푸른 눈 속에 깊은 외로움을 담고 있는 자화상 속의 고흐, 그의 처진 어깨를 위로하듯이 감싸 안은 백석의 자화상과 함께 맑은 영혼과 자유의 상징인 물고기가 자리 잡은 작품에서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외롭게 살다간 빈센트 반 고흐에게 바친 1970년대 미국 가수 돈 맥클린의 'Vincent'를 눈으로 듣고 있는 듯한 감동이 느껴집니다.
백석의 도예에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민족정신의 아름다움과 품격을 계승하면서도 오늘날 우리가 바라보는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한국적 아름다움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흙이 주는 무한한 신뢰를 사랑하고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의지로서 ‘행복’이라는 주제를 가슴에 담고 늘 고뇌하고 탐구하는 이 시대의 장인(匠人) 백석 박재국 작가에게 뜨거운 박수와 신뢰를 보내며 그와 함께하는 행복한 삶을 그려봅니다.
2012년 4월 17일
법학박사 임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