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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s note

Clay Painting _ 자연을 담다. 자연이란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하고 그 속에는 늘 우연성이 존재한다.
도자기도 자연의 재료이면서 소지와 유약과 불의 하모니를 이루는 과정에서 오는
결과의 우연성은 자연과도 참 많이 닮아 있는 공통점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런 우연성을 포착하느냐 그냥 무심히 지나치느냐는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작업을 통해 수도 없이 많이 접하고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실패,
그 실패가 두려워 한발 더 나아가기가 무척 망설여지는 순간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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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에 매일 실험하고 깨기를 무수히 반복했고 때로는 아쉬움에 작업실 한쪽에 쌓아두고 좀 더 너를 지켜보리라 한 것들이 곳곳에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탐탁지 않게 여겼던 것에서 대단히 좋은 것과 새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 또한 세월이 준 선물이라고 할까?
인제야 보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준비된 것이겠지.
나를 통해서 나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때는 미처 느끼지도 발견하지도 못한 것이 지금에서야 보이는 것들이 많다. '왜 그럴까?'라는 의문과 함께 '도자 작업에 있어서 자연의 정복이란 가능이나 한 걸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작업이 '박제된 자연' 이다.

이런 과정에서 작업자로서 살아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흙과 유약과 물과 공기가 만나 불에 구워지면 함축과 절제가 있는 시가 되고 추상이 되고 여백으로 이어져 나의 마음속 깊이 살아있는 생명체의 형상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박제된 자연은 작업 속에 드러나 있는 우연성을 포착하여 형상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우연성을 발견하면서 흙 판 사각 틀 안에 살아있는 자연의 자유를 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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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고독 나의 작업에 등장하는 항아리와 그릇은 순백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표현했을 뿐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인간의 고독이다.
사전에서 고독을 찾아보니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란다.
보통 사람들은 그 힘든 고독을 떨쳐 버리기 위해 타인을 만나든 재미난 매체를 찾아 해결하려 한다.
그런데 나는 나 자신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나 자신한테 집중하면서 뭔가를 찾아내고 만들어내는 즐거움과 자유로움으로 이 안에서 그 고독을 즐기고 있었다.
스스로 자처한 고독이라 할 수 있다. 나의 고독은 찾고 풀어내는 과정의 어려움도 있지만, 그 안에는 진정한 자유와 즐거움이 있어 내게는 큰 희열감을 주고 작업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18세기에 만들어진 무지 백자의 백색은 그 시대의 군자와 대인들이 추구하는 사상과 정신을 가다듬고 추스르는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했다는 확신이 든다.
백색은 대인을 대변하는 색으로 고독과 같은 맥락이며 그 안에는 어떤 강력한 힘과 내공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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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업은 고전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입체적인 덩어리 감을 가진 기존의 도자기를 평면 회화로 가져온 의미와 형식 모두를 재해석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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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도자 작업을 하면서 기저에 깔린 생각은 늘 끊어진 전통을 현대와 어떻게 이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고전을 통한 한국적 낭만주의 작업을 통해 법고 청신과 더불어 계승발전 해나가는 진행형의 작업이다. 이것이 도자 작업을 지속하는 나에게 주어진 화두이다.